소비자들 여행·외식에 돈 더쓴다
소비자들의 소비 수요가 의류와 가정용품에서 여행과 외식으로 옮겨간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른 재고가 과하게 늘어나면서 역으로 소비자들에게는 물건을 싸게 구매할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비 패턴이 상품에서 경험을 중요시하는 여행과 외식으로 전환됨에 따라 물류 대란과 제품 부족 사태 이후 보유 제품량을 대폭 늘린 대형 소매 업체들이 막대한 재고에 직면하게 됐다고 5일 보도했다. 지난해 대형 소매 업체들은 경기부양 지원금과 역대 최고 수준의 저축으로 소비자들은 현금이 흘러넘쳤고 그들의 소비 성향은 상품 구매로 쏠렸다. 특히 재택근무의 영향으로 대형TV, 냉장고와 같은 가전제품, 컴퓨터, 커튼, 침구류, 식기류, 인테리어 소품과 주택 리모델링 상품에 대한 수요가 치솟았다. 작년만 하더라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서 여행이나 외식 등의 대면 서비스 이용이 제약 됐으니 지출이 상품 구매에 집중될 수 밖에 없었던 구조였다. 이는 작년에 월마트, 타겟 등 대형 소매 업체들이 호실적을 기록한 것과 일치한다. 올 들어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국가들의 코로나19 상황이 대폭 개선되면서 여행과 식당 실내 마스크 착용이나 코로나19 백신 접종 여부 등의 제한을 풀었다. 이에 따라 서비스 수요가 가파르게 회복하면서 상품 수요가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한마디로 대형 소매 업체들의 코로나19 특수가 사라졌다는 말이다. 반면 고물가 탓에 식품과 개스 등 필수품에 대한 지출 부담이 늘면서 상품과 서비스 소비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정도로 소비자의 주머니 사정이 나빠졌다. 소비 성향도 상품 구매보다는 경험이 중시된 서비스로 다시 기울어진 점도 업체들의 재고 증가에 일조했다는 분석이다. 메이시 백화점은 팬데믹 이후 소비자들이 정장이나 드레스보다 편히 입는 캐주얼 의류나 액티브웨어를 선호함에 따라 이런 의류를 대량 매입해 의류 상품 보유량을 늘렸다. 메이시 측은 올봄 순매출액(Net Sales)이 전년보다 13.6%가 늘었지만 재고 과잉으로 순이익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재고가 33%나 늘어난 월마트 역시 소비자의 구매 패턴 변화를 잘 파악하지 못하면서 기업 수익성이 약화했다는 게 업계의 진단이다. 존 퍼너 월마트 미국 최고 경영자(CEO)는 연례 투자자 회의에서 재고 물량 중 20%는 신속하게 처리해야 할 상품이라고 밝혔다. 의류 판매 업체들의 과잉 재고는 심각하다. 갭, 올드네이비, 바나나리퍼블릭을 소유한 갭의 4월 말 현재 재고 수준은 지난해 4월보다 34%가 많았다. 아메리칸이글과 어반아웃피터 전년 동월 대비 재고량도 각각 46%와 32%를 웃돌았다. 재정 전문가들은 "과한 재고로 인해서 소매 업체들의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결국 수익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미온 시겔 BMO캐피털마켓 애널리스트는 "소매 업체들이 지난 수십 년 동안 직면했던 성장을 위해 수익을 희생하는 문제에 다시 마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과잉 재고 상황은 오히려 소비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 전문가는 "업체들이 과잉 재고를 처분하기 위해서 세일을 더 많이 할 것"이라며 "이런 기회를 잘 노린다면 싸게 상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진성철 기자소비자 여행 상품 구매 상품 수요 서비스 소비